Ingeborg Kuhler - Mitarbeiterinnen im Büro: Ruth Jureczek/ Irene Keil, 1986. Photo: Marina Auder.

Ingeborg Kuhler - Mitarbeiterinnen im Büro: Ruth Jureczek/ Irene Keil, 1986. Photo: Marina Auder.

Building Role Models 여성이 말하는 건축

 

안경쓰고! 인상쓰며! 집중하고! 사투리로! 소리질러! 팀을 이뤄! 토론하는! 여성!

얼마 전 끝난 평창올림픽은 우려와 달리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였고, 그 중에서도 여성컬링팀의 선전은 단연 최고의 뉴스였습니다. 경기를 통해, ‘안경쓰고! 인상쓰며! 집중하고! 사투리로! 소리질러! 팀을 이뤄! 토론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은 미디어가 여태 담아온 운동인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확장시키는 무엇이었고, 이들의 활약을 지켜본 많은 여성시청자들은 나이와 직업을 막론하고 empowering한 경험이었다는 고백들을 내놓았습니다. 여성컬링팀이 이전까지 미디어가 배제하고 축소해 온 여성에 관한 편협한 서사를 와장창 깨트리고도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았으니까요.

 

여집합 : 이야기 밖의 이야기들

비슷한 시기, 저희는 ‘여집합’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여성 건축인의 서사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기획을 시작하였습니다. 여집합은 건축을 공부하고 각자의 방향에서 실무를 쌓아나가고 있는 30대 여성들이 하나 둘 모여 만든 기획집단입니다. 조금씩 쌓인 커리어의 발전과 전환, 그리고 인생의 긴 계획을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우리 주변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여집합은 2018년 봄, ‘Building Role Models’라는 캣치프레이즈 아래, 존재하나 회자되지 않았던, 그리고 어쩌면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존재들을 그려내 보며 이야기 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건축의 서사에서 여성의 모습을 예외적이고 한정된 것이 아닌, 긴 생애에 걸친 당연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발견하고 공유하려 합니다. 이는 여성건축서사의 확장, 나아가 한국건축서사의 켜를 두터이 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Building Role Models : 여성, 건축인 대담시리즈

우리는 여성이며 건축인입니다. 우리가 ‘여성’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까닭은 한국 건축의 서사에서 여성의 모습이 여전히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여성의 숫자는 학과의 반을 차지했습니다. 좋은 작업을 하는 동료가 있고,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하지만 성공의 모습에 우리가 스무살부터 상상한 자신의 모습을 넣어 보는 것이 어색합니다. 회의에 홀로 여성일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커리어를 충실히 쌓으면서도 미래의 자신을 생각하면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도 질문과 고민이 많지만 외부에서 오는 도전도 있습니다. 여성은 건축가가 아니라는 얘기를 건축주에게 듣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선 저희는 작은 소리로 산발해있던 이야기를 한데 모여 나누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합니다. Building Role Models 대담시리즈는 크게 여섯 가지의 주제 속에서 여성 건축인들이 각자의 매력적인 작업과 반짝이는 성취를 자랑하고, 디자인 너머 자리잡기에 관한 구체적인 고민들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