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집합

(언제 누가 : 우리는)

여섯 명의 30대 여성 건축인. 그린, 다미, 명현, 보름, 유리, 자연. 실무 n년차. 일은 조금씩 해봤다. 이 다음엔 뭐하지. 창업을 할 수도 승진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결혼을 하기도 안하기도 했다. 육아를 병행하기도 육아로 떠나기도 한다. 수업을 같이 들은 여자친구들이 다른 일을 찾아 떠났다. 건축 이야기를 할 친구나 선후배가 사라져간다. 미팅에서 현장에서 나 혼자 여성인 경우가 흔치 않다. 건축주가 여성은 건축가가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여자애가 공대를, 이제 여학생이 반이구나 감탄을 들으며 학교를 다닐 때 남초 직군이라는 예상 정도는 했다. 그래도 그 때는 생각하지 않았다. 성공과 성취의 얼굴이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성 건축가인 우리에게 당연한 이야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결심한다. 여성의 건축이야기를 찾아 떠나기로. 이를 방방곡곡에 시끄럽게 떠들고 나누기로. 

 

(무엇을 왜 : 관심)

Building Role Models(이하’BRM’)는 여성 건축인에 관한 서사를 구축한다. 이제껏 건축의 역사에서 여성의 업적과 생애는 최초이거나 예외이다. 종종 예외조차도 이국적인 활력으로 그린다. 지속적인 우수함, 다음 단계의 성취, 미래가 기대되는 현재진행형, 작가론, 리더쉽의 면모는 그려진 바 드물다. 한국여성건축작업의 영향력과 이의 계승을 말한 적이 있던가? 팬덤을 가진 여성건축가는 왜 상상하기 힘들까? 여성건축가가 계획한 미술관이 있나? 건축가는 정년이 없다는데 환갑이 넘어서 활동하는 여성건축가가 얼마나 있나? 스승과 상사가 여성의 얼굴을 한다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여성건축듀오, 여성건축그룹은 존재하는가? BRM은 익숙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 그리고 그들의 존재를 - 당연함의 영역으로 호출한다. 시도는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새로운 시대를 마주하기도 한다. 독립적인 활동을 조명하고 복잡한 조직의 리더를 발굴한다. 단기간의 시도는 쉽게 성공할 수도 아직은 실패할 수도 있다. 여성건축가는 가로로 세로로 어디든 언제까지나 갈 수 있다.